비교과 프로그램 - 독서감상문
한 학기를 정리하며 돌아보니 최근 몇 달간 책과는 점점 멀어져 있었다. 전공 공부와 프로젝트에 밀려 독서는 늘 뒷순위였고, 시간이 나면 읽겠다는 핑계 속에서 정작 독서는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다짐을 잊고 지냈다. 그런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쌓이던 차에 독서감상문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물과 도서관 포스터에서 반복해 마주친 안내가 계기였고, 장학금이라는 동기부여도 솔직히 컸다. 다만 참여를 결정한 이유가 순수하지만은 않았더라도, 막상 시작하고 나니 그 계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상도서 50권 가운데 어떤 책을 고를지 며칠을 고민했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책을 고르면 편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일부러 낯선 영역을 골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어류학자의 전기이자 회고록인 이 책은 언뜻 전공과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읽어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지점들이 계속 겹쳐졌다. 분류라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책이었는데, 코드를 짜며 사용자를 조건에 따라 나누는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 내용이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았다.
한 달가량 이어진 일정 동안 책을 읽고 감상문을 다듬는 과정은 생각보다 품이 들었다. 지정 도서라 판본이 여러 개인 경우 어떤 판을 읽어야 하는지 안내가 명확해 혼선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전공과 연결해 한 편의 글로 정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조던이라는 인물의 집요함이 결국 우생학과 강제 단종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시 읽으며, 완벽한 분류를 향한 욕망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코드 속 한 줄과 겹쳐 생각해보게 되었다. 알고리즘이 순간의 클릭을 영구적인 취향으로 못 박아버리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전공 수업에서는 다뤄본 적 없는 각도였다.
책을 덮고 나서 남은 건 단순한 독후감 한 편이 아니었다. 분기문을 짤 때 이 기준이 정말 타당한지 한 번 더 묻는 습관, 정보를 접할 때 잠깐이라도 의심해보는 태도 같은 것들이었다. 취업을 앞둔 시점에 당장 손에 잡히는 실무 스킬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다루고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오래 남을 질문 하나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분야에만 머물렀다면 몰랐을 시야였고, 그런 점에서 독서 습관이 흐트러진 채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
대상도서 50권 가운데 어떤 책을 고를지 며칠을 고민했다.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책을 고르면 편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일부러 낯선 영역을 골라보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한 책이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였다. 어류학자의 전기이자 회고록인 이 책은 언뜻 전공과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읽어가는 과정에서 뜻밖의 지점들이 계속 겹쳐졌다. 분류라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자의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책이었는데, 코드를 짜며 사용자를 조건에 따라 나누는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 내용이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았다.
한 달가량 이어진 일정 동안 책을 읽고 감상문을 다듬는 과정은 생각보다 품이 들었다. 지정 도서라 판본이 여러 개인 경우 어떤 판을 읽어야 하는지 안내가 명확해 혼선 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전공과 연결해 한 편의 글로 정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조던이라는 인물의 집요함이 결국 우생학과 강제 단종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시 읽으며, 완벽한 분류를 향한 욕망이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코드 속 한 줄과 겹쳐 생각해보게 되었다. 알고리즘이 순간의 클릭을 영구적인 취향으로 못 박아버리는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전공 수업에서는 다뤄본 적 없는 각도였다.
책을 덮고 나서 남은 건 단순한 독후감 한 편이 아니었다. 분기문을 짤 때 이 기준이 정말 타당한지 한 번 더 묻는 습관, 정보를 접할 때 잠깐이라도 의심해보는 태도 같은 것들이었다. 취업을 앞둔 시점에 당장 손에 잡히는 실무 스킬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어떤 데이터를 다루고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분류하는 일을 하게 되더라도 오래 남을 질문 하나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제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분야에만 머물렀다면 몰랐을 시야였고, 그런 점에서 독서 습관이 흐트러진 채 졸업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시의적절한 프로그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