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대학교 미래교육혁신원

1. Vaasa 생활 속에서 시작된 문제의식
핀란드 Vaasa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던 시절, 나는 거의 매일 ResQ 앱을 이용했다. 버려질 음식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였고, 초기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사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서비스가 가진 구조적 가치에 눈이 갔다.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시스템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소비자와 가게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순환 구조였다.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각이 자랐다.
이런 모델이 한국의 환경에서 다시 설계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이 서비스가 한국 사회에 도입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무엇일까.
당시에는 그저 사용자로서의 감상이었지만, 훗날 창업 아이디어의 핵심이 되는 출발점이었다.

2. 갑작스러운 제안, 그리고 팀 합류
교환학생을 함께 갔던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우리 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업경진대회에 팀을 꾸리는데, 나에게 합류해달라는 제안이었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공모전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교환학생 기간 동안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도전은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 바로 팀에 합류했다.
그 순간부터 나에게 맡겨진 역할은 분명했다.
핀란드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시장 관점에서 재설계하는 것이었다.

3.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실제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다
팀원들과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지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외식비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 배달 중심 구조 속에서 사라진 합리적 소비 선택지, 연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음식물 쓰레기
, 소상공인의 재고 처리 비용 증가 ....

이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가 경험한 ResQ의 구조적 장점이 적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4. 해결 방안: 한국형 재고음식 판매 서비스 모델 설계
우리 팀이 제시한 해결책은 단순한 해외 모델 도입이 아니었다.
핀란드 ResQ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의 특수성에 맞게 다시 설계한 한국형 재고음식 판매 서비스 플랫폼이었다.
가게에서 발생하는 남는 재고를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지역 기반으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한 유저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재고량을 예측하고 폐기율을 최소화하며, 기존 배달 플랫폼 대비 약 70~80%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혜택까지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을 적용했을 때 기대되는 효과도 명확히 제시했다.
음식물 쓰레기 절감, 소상공인 비용, 절감지역 상권 활성화, 소비자 부담 경감 등이 그것이다.

5. 신뢰를 높이는 팀 구성
이번 프로젝트의 강점 중 하나는 팀원의 구성 그 자체였다.
기획, IT 개발, 마케팅, 재무 등 다양한 전공과 실무 경험을 가진 팀원들이 모여 있었다.이런 배경은 발표 자료의 신뢰성을 크게 높였다.
투자자나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바로 "이 팀이 실제로 실행 가능한가"인데, 우리 팀은 그 신뢰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6. 마지막 경쟁력을 완성한 발표력
나는 2년 반 동안 영어 투어가이드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수십 명의 외국인 앞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고, 즉흥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며 단련된 발표력이 있었다.
발표날, 나는 팀 전체의 전략과 모델을 명확한 논리와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했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발표 중간마다 바뀌는 것이 보였고, 우리는 질의응답에서도 모든 질문에 체계적으로 답변하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최종 발표가 끝났을 때 팀원들이 말했다.
"너 아니었으면 이 무게감은 못 만들었어."
이번 우승에서 발표력은 결정적인 마지막 퍼즐이었다.

7. 뒤늦게 도전하려는 학생들에게
나는 대학교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전에는 이런 분야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고,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뛰어들고 보니, 내가 가진 경험과 강점들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도전은 늦은 시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히려 가장 빠른 순간일 때가 많다.
일단 시작해보길 바란다.
시작하면 이기고 싶어진다.
이기고 싶어지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노력은 결국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준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어떤 분야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든,
한 번쯤은 스스로의 힘으로 부딪혀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는 교환학생 경험에서 시작해 공모전 우승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글이 누군가의 첫 도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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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준 superjune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