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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이상엽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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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고전문학 중 하나인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출판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으며 신드롬에 가까운 지지층을 낳은 소설이다. 작가는 16세 청소년 ‘홀든 콜필드’를 통해 주인공의 방황과 사회적인 모순을 그려냈다고 한다. 나는 고전문학을 종종 읽는데 위대한 개츠비, 고도를 기다리며를 특히 좋아했다. 책을 통해 나는 그 시대를 잠시 여행 해보고 현재로 돌아와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을 즐긴다.‘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20세기 미국의 배경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지를 즐거운 상상하며 책을 펼쳤다.

시작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홀든은 5개의 과목 중 영어를 제외한 4과목에서 낙제를 받는다. 결국 흘든은 자신이 다니던 펜시 기숙고등학교에 퇴학 조치를 당하게 된다. 홀든은 학교에 위선자가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주변인들을 보자면 걱정하는 듯 하지만 자신에게 낙제 점수를 준 시험지와 함께 잔소리를 하는 스펜서 선생님, 덩치 좋고 인물도 좋지만 여성편력이 심한 스트라드레이터, 남의 침대에 여드름을 짜고 양치질도 잘 안하는 애클리 등이 그렇다. 그 중 아마 스트라드레이터가 가장 최악을 듯하다. 그는 퇴학 조치를 받은 홀든 에게 자신은 여자와 데이트를 나가야하니 작문 숙제를 부탁할 정도로 뻔뻔한 친구이다. 데이트 후 돌아와 자신이 부탁한 작문 주제에 홀든이 맞지 않는 글을 쓴 것을 보고 심하게 비난한다. 나중에는 홀든과 다투다 홀든을 흠씬 두둘겨 패주기 까지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홀든이 단지 낙제를 받아 퇴학을 당했을 뿐 그렇게 엄청난 문제아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는 남동생을 병으로 잃었기 때문인지,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인지 사물과 사람을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고, 분노조절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본인은 분명 학교 내에서 문제아라고 생각했을 것 이다. 이미 수차례 퇴학과 그가 쓰고 다는 빨간 사냥 모자가 그런 반항적인 느낌을 준다.

룸메이트인 스트라드레이터에게 얻어터진 후 홀든은 모두가 잠든 밤에 학교를 뛰쳐나오게 된다. 하지만 바로 집으로 갈 순 없었는데 아버지가 알게 되면 틀림없이 그를 거의 죽일정도로 혼을 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홀든은 모아둔 돈을 가지고 호텔로 가게 된다. 학교에서 호텔로, 학생에서 성인으로, 홀든은 기존에 속해있던 곳에서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로 이동하게 된다.
그곳에서 홀든은 데이트 상대였던 소녀들, 동급생의 어머니, 선생, 출세한 졸업생, 영화배우, 유명한 피아니스트, 사기꾼, 창녀, 변태성욕자, 택시 기사 등을 만나게 된다. 자신을 비정성이라 생각했던 홀든은 그들 사이에 있으니 정상인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들은 홀든이 봤을 때 하나 같이 속물이었고, 위선자들이었다. 그중 호텔 직원과 매춘부가 압권이었다. 성욕을 주체할 수 없었던 홀든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 매춘부를 불렀다. 하지만 막상 매춘부를 방에 들이자 성매매를 하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이야기만 하고 싶어졌다. 매춘부 그런 홀든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홀든에게 돈을 받고 자리를 떠나지만 얼마 후 다시 호텔 직원과 돌아와 돈을 더 요구하게 된다. 홀든은 완강히 거부했고 결국 두들겨 맞게 된다.

이러한 일들은 16세인 홀든 에게 너무 큰 혼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홀든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를 만나러 집으로 가게 된다. 피비는 아주 순수하며 홀든을 아무런 조건 없이 지지해주는 존재이다. 자신이 모아둔 돈을 오빠인 홀든에게 몽땅 줘 버릴 수 있는 착한 동생이기도 하다. 방황하며 갈피를 못 잡는 홀든을 보며 피비는 걱정한다. 그리고 묻는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고, 뭘 하고 싶냐고... 그녀의 질문에 홀든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 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서는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다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에도 피비는 들어준다. 친구들이나 부모님 혹은 다른 어른들이라면 분명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비웃거나 핍박을 줬을것이 분명하지만 피비는 진지하게 들어준다.

홀든은 영화에 주인공처럼 서부로 도피하겠다고 결심하고 떠나기 전 여동생을 만나 작별 인사를 하러 간다. 하지만 홀든은 여동생을 보고 경악을 하게 된다. 피비가 자신의 빨간 사냥 모자를 쓴 채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피비는 홀든과 함께 떠나려는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같이 가겠다는 피비를 홀든은 간신히 말린다. 홀든은 피비를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떠나지 않겠다고 안심 시켜준다. 피비를 회전목마에 태우고 홀든은 벤치에 앉는다. 그 순간 비가 내리고 그 비를 맞으며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피비를 바라본다. 갑자기 홀든은 행복감을 느끼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게 된다. 홀든 내면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이다.
여기까지가 그의 이야기이다. 그 후 일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홀든이 집에 돌아갔는지,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됐는지는 밝히지 않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마무리 지으며 한때 위선자라 생각했던 인물들을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지난일을 추억으로 볼 수 있게 된 거 같다.

홀든은 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했을까? 거짓과 위선이 가득한 이 세계에서 호밀밭에 추락 하려는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 했던 것 일까? 혹은 죽음으로부터 지키지 못했던 남동생에 대한 죄책감일 수 도 있겠다. 절벽이라는 경계는 순수함과 위선,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 있는데 홀든은 그 사이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혼탁한 현실은 홀든을 좌절 시키고 절망에 빠뜨린다.
그런 절망에서 홀든을 잡아준 것은 다름 아닌 여동생 피비였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이들을 구해주고 싶다던 홀든 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절벽에서 떨어질 뻔한 홀든을 구해준건 피비였다. 홀든은 대가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한 아이였다.
물론 홀든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 무천 비판적인 사람이다. 사람을 대할 때도 속으로 위선자, 속물이라 생각하다 보니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조차 없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홀든의 문제만은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소설에서 홀든 이라는 16살의 청소년을 내세워 이야기하고 있지만 비단 청소년만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사춘기를 겪으며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이나, 이제 대학에 들어간 신입생, 사회 초년생으로 사회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어른들, 이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책 속에 있다. 작가는 홀든을 통해 거짓과 위선들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삶의 본질에 대해 되돌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이런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취업’이다. 잘하는 것과도 하고 싶은 것 과도 거리가 먼 이 대답에 홀든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도 한때는 홀든 같은 적이 있었다.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 했다. 집에선 부모님과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에게 혼나며 다른 이들은 틀렸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부딪히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면서 나름대로 세상에 순응하는 법을 배우게 됐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과거의 나는 많이 미숙하다고 생각된다. 뜨거움도 혼란도 많이 잠잠해진 지금 내가 잊고 지냈던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것 같아 한편으로는 반가웠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그 친구를 마음 속 깊이 응원해 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