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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을 읽고 -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민향기

20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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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동년배인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었을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메이션화 되어서 더 유명해졌고.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영화로 나왔다. 그때 본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으니 꽤 명작이라 생각한다. 성인이 된 지금 읽으면 어떨까, 싶어 다시 책을 들었다.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도 하고, 동화라 그런가 어려운 말도 없어서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어릴 때 기억이 다시금 살아났다.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바람을 가슴에 간직하는 것,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하는 신비로운 힘.
그게 바로 꿈이랍니다." - 2000년 5월에, 황선미

서문의 일부이다. 꿈. 나의 꿈은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껏 꿈이 뭐야, 하고 물어본다면 직업적인 것들을 말해왔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긴 하다. 근데 솔직히 펑펑 놀고 먹을 돈이 있으면 내가 '일'을 하고 싶어할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런 꿈은 뭐가 있을까.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 (162.p)

이 문장이 정말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시간은 한정적이고, 우리는 언젠가 이별을 겪는다.
(갑자기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추억으로 살아간다. 나도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기록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블로그도 시작하고 일기도 쓴다. 기록해두고 싶어서.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의 꿈은 찰나의 순간이더라도 평생 추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잎싹. 잎싹은 마당을 나오고 싶어했고, 알을 품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걸 하나씩 이뤘다.
잎싹은 강했다. 족제비에 맞설 줄도 알았고 초록머리를 지켜나갔다.

- 엄마, 내가 떠나길 바래?
- 물론 가야지. 네 족속을 따라가서 다른 세상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만약 날 수 있다면 절대로 여기에 머물지 않을 거다.
아가, 너를 못 보고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만, 떠나는 게 옳아. 가서 파수꾼이 되렴.
(중략)

- 하고 싶은 걸 해야지. 그게 뭔지 네 자신에게 물어봐.
- 나는 괜찮아. 아주 많은 걸 기억하고 있어서 외롭지 않을 거다. (172 - 173.p)

자신이 낳은 알은 아니지만, 자신이 품고 키워낸 아이가 떠나간다. 잎싹은 닭, 초록 머리는 청둥 오리. 서로 다른 족속이다. 그동안 이 둘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해왔다만, 초록이가 청둥 오리 무리와 함께 할 때가 되었다. 이제 잎싹을 떠날 때가 되었다. 초록이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잎싹은 또 다른 새로운 소망을 품는다. 나도 날고 싶어, 혼자 남겨지기 싫어. 그의 꿈이자 전부가 새로운 꿈이 된다.
자식은 부모를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해 키운 아이, 그의 모든 것이 이제 떠난다. 나로서는 아직 상상할 수 없다. 종종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서 너가 어릴 땐 ~했는데, 하며 예전 이야기를 하던 것이 떠올랐다. 기억. 잎싹이 초록이를 키우던 기억을 꺼내며 살아가는 것을 보고 좋은 기억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생각했다. 내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두고두고 생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어쩔 수 없는 먹이 사슬 속.
어쩔 수 없는 우리의 운명 속.
누구는 죽고, 누구는 태어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잎싹의 생이 불행하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잎싹은 꿈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하나씩 해나갔고. 초록이를 지켰다.
이 책은 내게 나는 무엇에 뛰어들게 될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본질적인 자신의 꿈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