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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신재관

2026-01-16

15

『앵무새 죽이기』는 단순히 “인종차별이 나쁘다”는 교훈을 전달하는 책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사람이 사람을 판단할 때 얼마나 쉽게 편견에 기대는지, 그리고 그 편견이 얼마나 잔인하게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읽는 내내 무겁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점검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어린 소녀 스카웃이 있다. 스카웃은 아직 세상의 규칙을 잘 모르는 아이의 눈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관찰한다. 그런데 그 “아이의 시선”은 오히려 가장 정확했다. 어른들은 정의, 도덕, 명예 같은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기들이 익숙한 질서와 분위기에 기대어 판단을 내린다. 특히 톰 로빈슨 재판은 ‘증거’보다 ‘사람들이 믿고 싶은 이야기’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사회가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다수가 불편하지 않은 결론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져 씁쓸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절망만을 남기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애티커스 핀치라는 인물 때문이다. 애티커스는 패배가 예상되는 싸움이라는 걸 알면서도 톰을 변호한다. 누군가를 위해 나서는 일이 “대단한 승리”가 아니라, 그냥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일 뿐이라는 듯 행동한다. 나는 이 태도가 너무 인상 깊었다. 진짜 용기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일을 해내는 꾸준함에서 나온다는 걸 애티커스를 통해 느꼈다. 그래서 애티커스는 정의로운 영웅이라기보다, 오히려 현실 속에서 더 보기 어려운 “정상적인 어른”처럼 느껴졌다.

소설의 제목인 “앵무새 죽이기”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더 크게 다가왔다. 앵무새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그저 노래를 들려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즉 “앵무새를 죽이는 일”은 죄 없는 존재를 괜히 미워하고 괜히 벌주는 행위다. 나는 현실에서도 이런 ‘앵무새’를 자주 본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약자라는 이유로, 혹은 단지 분위기상 이상하다는 이유로 공격받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는 조직에서, 누구는 학교에서, 누구는 사회 속에서 조용히 상처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걸 모른 척하거나, “원래 그런 거야”라고 정당화한다. 그런데 이 책은 말한다. 그건 그냥 악의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나는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나서, 타인을 이해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 vs 좋은 사람”으로 나눠지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무지와 편견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더 큰 문제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 분위기 속에서 침묵하는 것도 결국 가해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점이 무섭게 다가왔다. 앞으로 나는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한 번 더 멈추고 싶다. 애티커스가 말한 것처럼, 상대 입장에서 세상을 보려 노력하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는 말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너는 다수가 틀릴 때, 혼자라도 옳은 편에 설 수 있니?”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